728x90 ┖ 일상40 [시나리오] 세 얼간이들 두문리: 바다와 인접한 산골 시골 마을. 원래는 바다를 찾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었으나, 우연히 sns를 타고 핫플(hot place)이 된 곳. 사내: 젊어 논두렁 깡패였던 60대 초반의 보통 남자. 강아지:사내의 딸. 개가 어찌 사람 딸인지는 누구도 이유를 모름. 진도와 발발이 중간의 어정쩡한 크기의 흰색 믹스견. 삼월이라는 이름은 삼월 어느 장날 난전 개전에서 사 온 것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그저 모든 게 행복한 백치. 사람으로 따지면 10대 초 중반으로 짐작되는 2% 부족한 개. 학생 1: 중 2. 180/80 kg. 물어보지 않으면 고등학생으로 착각할 정도의 덩치. 흰 피부에 준수한 용모의 그저 그렇게 평범하고 순진한 학생. 학생 2: 중 2. 186/72kg. 학생 1의 자발적 빵셔틀. 여드름.. 2024. 2. 17. 뒤질 뻔하였노라 갑진년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연휴건 아니건 그날이 그날인 뒷방 노인네 독거노인의 일상이야 별다른 것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남들 하는 흉내는 내야겠다. 북적거리는 귀경 귀성 인파에 대한 보도나 인파 끊긴 썰렁한 거리에서 느끼는 상대적 고립감 때문이었을 게다. 설 차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과일도 깎아 안주를 제대로 갖추고 영화 한 편 마주 보며 막 서재에 앉았을 때, 마침 건너채 아줌마가 후라이드 치킨 세 쪽을 건네주고 간다. 그렇게 앉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온다. 재생시키던 화면을 멈추고 일어서려는데, 온몸에 식은땀이 나며 머리가 피잉 돈다. '이러다가 말로만 듣던 기절이라는 걸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방천지가 빙빙 돌고 정신이 혼미하다. 사과 반 쪽으.. 2024. 2. 13. [미가푸드] 맷돌 콩 '가평 잣 두부 과자' "예, 성봉숩니다" "택밴디유..." 와당탕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도착한 문자. "누가 보냈지?" 요란한 대문 소리를 듣고도 꼼짝하지 않다가, 문자를 받고 뒤늦게 어슬렁 마당으로 나서 꾸러미 세개는 건너채에 들여놓고 내게 온 택배를 들고 들어와 열어 본 박스. "내일쯤 톡 보내려고 했는데 벌써 도착했네? 오빠 생일 선물여요. 성의로 봐주세요 ㅎㅎ" 성탄일과 겹친 올해 생일. 막내가 고맙게도 챙겨 보냈다. 맛이 꼭 옛날 먹던 오리온 "고소미"랑 비슷하다. 일단 봉지를 뜯으니, 혼자 한꺼번에 먹기는 많고 그렇다고 남기기엔 애매하다. 선택을 잘해야지, 여차하면 자루에 든 티밥이나 뻥튀기에 손가듯 하루죙일 오도독거리게 생겼다. ㅋㅋㅋ 커피랑 함께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아 식모 커피를 타는데, 부엌.. 2023. 12. 23. 아슬아슬 배춧국. 그간, 써 놓은 죽과 떡처럼 지은 밥을 먹느라 큰 불편함이 없었어도 국 먹어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신도심 병원으로 CT 찍고 오는차에 마트 들려 알배기 배추와 콩나물과 떨어진 식모커피 사 들고 와 꼼지락거렸다. 거금 들여 산 괴기 두 근. 아롱사태는 장조림 만들고 나머지는 배춧국을 한 솥 끓여 나 먹을 것 덜어 놓고 솥째 바깥채로.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추며 콩나물이며 마늘, 파 양념 씻느라 찬물에 손 담그고 서 있다가, 일차 삶은 괴기 찢느라고 냉골 바닥에 앉아 꼼지락거렸더니,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것이 한축 비슷한 증상이 보인다. '바닥에 불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했더니 용코없다. 요즘 독감이 심하다던데, 상태가 아슬아슬하다. 지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먼저.. 2023. 12. 20. 이발소 그림 앞에서. \잡부 나간 곳. 현장에 짐을 부리고 나자, 예보대로 비가 내린다. 때맞춰. 짐 부리니 비 오신다. 담배 먹으며 부고받았다. sbs090607.tistory.com 노부부가 지키고 있는 촌가. 소반이 매달려 있는 부엌 한 면의 풍경에 시선이 멈춘다. 이발소 그림. 참 오랜만이다. 1990년에 신축했다니 그때 집들이 선물로 받은 액자일 텐데, 손 닿는 곳에 쓰여있던 보낸 이나 단체의 이름이 지워질 정도로 함께한 세월이 길다. 한량 같은 서방님 비위 맞추며 고단한 농사로 자식들 가르치고 짝지어 분가시킨 안주인의 애쓴 손길이 눈에 선하다. 내 기억의 이발소 그림의 문구는 "가화만사성"이거나 "소문만복래"이거나 "일체유심조"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촌광음불가경"이나 "일소일소 일로일로" 따위가 정상적인 제발(題.. 2023. 12. 13. 책을 쌓고. 굳이 다른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촌각을 다툴 일은 아니고, 설령 없다 해도 생각을 기웃거리면 없던 일 만드는 것도 대수는 아니었지만. 독서대 갖춰 밀린 숙제 하듯 작정하고 책을 잡고 보낸 하루. 모처럼 콩 갈아 진한 커피 내려 좌정하고 아침부터 매달렸어도, 쌓아 놓은 마지막 한 권은 책장을 덮지 못하고 하루가 다 갔다. 대설. 혹시 오시고 계시는가? 몇 차례 마당으로 내려섰지만 끝내 오시지 않았다. 작정하고 책을 쌓아 놓고 서재에 틀어박힌 날, 밖에 눈이 오시고 계셨다면 멋진 일이었겠는데... "그해 대설, 오래된 집 마당에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동안, 나는 현실의 유형지 서재에 틀어박혀 일기장 같은 시집들을 넘기며 미안해했는데. 정작 누구에게 미안했던 건지, 내게 따져 묻지 않았노라"라고. 2.. 2023. 12. 8. 호박 잡다. 명현(瞑眩) 현상. 어쩌면 그것은 명현(瞑眩) 현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과의 이별의 순간에서 점점 멀어져 가며 한계점까지 팽창된 그리움의 고무줄. 그 한계에 이른 탄성계수가 옥죄는 고통스러운 반발. 어느 sbs150127.tistory.com 부모님 뵙고 내려온 산 아래. 주차한 곳과 멀지 않은 철 지난 밭둑 너머에 호박 한 덩이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산 아래 마주치는 첫 번째 두둑이니, 냉이가 날 무렵이나 되어야 인적이 닿을 곳입니다. 아마 덤불에 쌓여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수확을 마친 후 가을 끝의 짧은 햇살 속에 혼자 영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생각합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것이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고, 게다가 이곳이 산중이니 볼 것 없이 얼음 들었을 텐.. 2023. 12. 6. 고물 탄식. \폐는 안개 자욱한 서해안 고속도로처럼 운무 가득하고(허이고... 지금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나이 조금만 더 먹으면 이 폐로는...) \ 간은 늙은 천혜향 껍질처럼 울퉁불퉁하고(울퉁불퉁... 많이 약해져 있네요. 혈관종 크기는 그대로인 거 같은데... 꼭 1년에 한 번씩 검사해야합니다! 술, 정리하실 때 된 거 같은데요?) \ 위는 아더왕 영화에 등장하는 농부가 뒤집어쓴 누더기 망토처럼 헐고 핏발서고(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뭐, 다 있습니다. 위축성... 괘양... 식도염... 우선 일주일 치 약 처방 드릴 테니 잡수시고요.) \ 그나마 밤새 씻어낸 대장은 혹이 또 네 개 달렸고... 쩝.(일단 조직검사 보냈고요, 지혈이 안 되는 편이니, 일주일간 절대 술 잡수시면 안 됩니다!) 얼추 10년 만에 했던 .. 2023. 12. 3. 다낭 여행, 짝퉁 유감. 쇼핑이 주 일정이었던 다낭 여행 마지막 날. 우천으로 한강 유람선 불쇼가 취소되었으니, 야간에 출발하는 귀국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들린 '라이브 재즈 바' 2023. 11. 30. 이전 1 2 3 4 5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