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예정되었던, 상행선 일정이 하행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얼핏 보면, 가을 황금들판인 듯싶은 길을 바라보며 모처럼 떠난 열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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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도행 열차에서 몸을 내려 도착한 기착지 정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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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검색하니 인근에 둘러볼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뚜벅이 여행이니 이 오래된 도시에 깃든 이미지 체험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도심이 그리 넓지 않고(물론 신도심도 있겠지만요), "정읍=쌍화탕 거리"이니 쌍화탕 거리를 목표로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갑니다.
도중에 만난 카페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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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이런 곳이 얼마나 될까요?
폐주유소를 시설을 이용한 카페인데, 저는 처음 보는 모습이라 참 신선했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참고해 보면 좋을 듯한...
쌍화차 거리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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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보다는 '골목'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생각.
쌍화차는 나중에 먹기로 허고,
해 떨어지기 전에 인근에 도보로 둘러볼 곳을 먼저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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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찾아 나선 것은 아니고요, 거리 끝의 안내 표지판을 따라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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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다리 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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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걸으며 보니 이 일대가 쇠락한 구도심을 도시재생 사업한 곳으로 보이는데요,
나름 스토리텔링한 작품 같은데 "전설과 기념 조형물의 부조화"가 느껴졌습니다.
첫째 원인은 공간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 같고, 원인은 사업비였을 테고요.
역에서 내려 광장 안내판에서 확인한 문구에,
"예로부터 파는 곳마다 물이 나와 <샘골>로 불렸다"는 기억이 있는데요(실제로 인근 내장산을 필두로 크고 작은 산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안내가 수긍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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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인 <샘골>에 <전설>을 조합한 스토리텔링이었는데, 제 관점으로는 <샘골> 조형물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둘러보고 돌아오며, 오는 길에 눈여겨보았던 잘생긴 교회 건물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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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인지, 실제 돌로 쌓은 건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요즘 보기 힘든 종탑이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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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쪽으로 나오면서, [정읍 제일 교회] 건물에 커다랗게 써놓은 현판에서 좀 깨기는 했습니다만(실제로 옆모습이 더 이쁩니다) 역시 <정읍 최초의 교회>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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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100주년이었으니 지금은 115년이 된 오랜 역사가 되었군요.
쌍화차 거리로 돌아오다가, 동지 의식에 또 한 장 남겼습니다.
<한맥문학 정읍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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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그 문학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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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탕 거리 입구를 지나쳐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마주한 "송우암 수명 유허비(宋尤庵受命遺墟碑)"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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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을 설파한 조선시대 대표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
숙종의 명으로 제주도로 귀양(숙종 15년. 1689년 2월)갔다가, 다시 국문을 받기 위해 돌아오다 6.8일 새벽 이 자리 객사에서 금부도사의 사약을 받고 운명(향년 83세!)했다고 합니다. 현장 안내판에는 6.8일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어느 곳은 "6.3일" 어느 곳은 "6.2일"이라고 다르게 쓰여있는 것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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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가 떠난 후 영조 7년(1731)에 그의 무고함을 기리기 위해 비를 처음 세웠고, 비각은 1925년 이곳 군수가 세웠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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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북도 유형문화재이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인근에 서원(고암서원)도 있고 '각시다리' 보다 더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유적인데, 두 현대 건물 사이에 답답하게 자리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쨌건, 의도치 않은 마음속에 담아 온 이번 여행의 최대 성과물이었습니다.
다시 온길을 되돌아가 오늘의 하이라이트 쌍화탕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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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상호가 마음을 끄는 "소월" 찻집에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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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쌍화차 거리 가겪은 이렇고요(다른 곳도 얼추 비슷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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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 찻잔(그릇?)에 쌍화차 나왔는데요, 사이드 메뉴로 '구운 흰떡, 삶은 계란, 누룽지에 아몬드 편 고명을 띄운 요거트'가 곁들여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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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김 나가는 동안 우선, 홍삼청에 구운 떡과 따끈한 삶은 계란을 먹었습니다(마침, 출출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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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쌍화차 총평>
맛은 쌉쌀하니(단맛 전무) 건강한 맛이라고 일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먹을 만하겠다는. 문제는 쌉쌀한 맛으로 끝이지 뒷맛(쌉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없었다는.
감초나 갈근이나 대추를 더 넣어 끓였다면 달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감칠맛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
테이블에 봉투 설탕이 비치된 것을 나중에 알고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영자께서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업장만의 컨셉일 수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계란 동동"을 대신한 삶은 계란(군 계란으로도 보이는데 수제다 보니 삶은 계란 쪽에 더 가까운)이 가장 아쉬웠다는.
젊은 두 부부께서 운영하는 업장인데, 다소 협소하지만 깔끔하고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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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바라보이는 식당에서 송 선생께 맛있는 저녁 대접받고, 막차로 귀가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한 마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생각하기를,
"내가 오늘 담아가는 것은 노학자가 타관 객지에서 절명한 장소와의 대면이었는데, 식사 대접받은 이의 성씨도 같았네? 우연치고는 참 희한하다"라는 생각.
2025011813시30분~13시30분
정읍 쌍화차 거리 일원 여행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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