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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정읍 반 나절 뚜벅이 여행(쌍화자 거리 일원)

by 성봉수 202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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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예정되었던, 상행선 일정이 하행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얼핏 보면, 가을 황금들판인 듯싶은 길을 바라보며 모처럼 떠난 열차 여행.


 이렇게 남도행 열차에서 몸을 내려 도착한 기착지 정읍.


 기차 안에서 검색하니 인근에 둘러볼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뚜벅이 여행이니 이 오래된 도시에 깃든 이미지 체험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도심이 그리 넓지 않고(물론 신도심도 있겠지만요), "정읍=쌍화탕 거리"이니 쌍화탕 거리를 목표로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갑니다.
 도중에 만난 카페인데요,


 전국에 이런 곳이 얼마나 될까요?
 폐주유소를 시설을 이용한 카페인데, 저는 처음 보는 모습이라 참 신선했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참고해 보면 좋을 듯한...

 쌍화차 거리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조금...


 '거리' 보다는 '골목'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생각.

 쌍화차는 나중에 먹기로 허고,
 해 떨어지기 전에 인근에 도보로 둘러볼 곳을 먼저 둘러봅니다.


 일부러 찾아 나선 것은 아니고요, 거리 끝의 안내 표지판을 따라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겼습니다.



 각시다리 공원입니다.


 골목길을 걸으며 보니 이 일대가 쇠락한 구도심을 도시재생 사업한 곳으로 보이는데요,
 나름 스토리텔링한 작품 같은데 "전설과 기념 조형물의 부조화"가 느껴졌습니다.
 첫째 원인은 공간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 같고, 원인은 사업비였을 테고요.
 역에서 내려 광장 안내판에서 확인한 문구에,
 "예로부터 파는 곳마다 물이 나와 <샘골>로 불렸다"는 기억이 있는데요(실제로 인근 내장산을 필두로 크고 작은 산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안내가 수긍이 되더군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인 <샘골>에 <전설>을 조합한 스토리텔링이었는데, 제 관점으로는 <샘골> 조형물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둘러보고 돌아오며, 오는 길에 눈여겨보았던 잘생긴 교회 건물에 들렀습니다.


 인테리어인지, 실제 돌로 쌓은 건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요즘 보기 힘든 종탑이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


 정문 쪽으로 나오면서, [정읍 제일 교회] 건물에 커다랗게 써놓은 현판에서 좀 깨기는 했습니다만(실제로 옆모습이 더 이쁩니다) 역시 <정읍 최초의 교회>이더군요.


 2009년이 100주년이었으니 지금은 115년이 된 오랜 역사가 되었군요.

 쌍화차 거리로 돌아오다가, 동지 의식에 또 한 장 남겼습니다.
 <한맥문학 정읍지부>


 제가 아는 그 문학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반가웠습니다.

 쌍화탕 거리 입구를 지나쳐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마주한 "송우암 수명 유허비(宋尤庵受命遺墟碑)"각 입니다.


 주자학을 설파한 조선시대 대표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
 숙종의 명으로 제주도로 귀양(숙종 15년. 1689년 2월)갔다가, 다시 국문을 받기 위해 돌아오다 6.8일 새벽 이 자리 객사에서 금부도사의 사약을 받고 운명(향년 83세!)했다고 합니다. 현장 안내판에는 6.8일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어느 곳은 "6.3일" 어느 곳은 "6.2일"이라고 다르게 쓰여있는 것도 보입니다.


 그렇게 그가 떠난 후 영조 7년(1731)에 그의 무고함을 기리기 위해 비를 처음 세웠고, 비각은 1925년 이곳 군수가 세웠다는군요.


 비록 전북도 유형문화재이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인근에 서원(고암서원)도 있고 '각시다리' 보다 더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유적인데, 두 현대 건물 사이에 답답하게 자리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쨌건, 의도치 않은 마음속에 담아 온 이번 여행의 최대 성과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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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온길을 되돌아가 오늘의 하이라이트 쌍화탕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중 상호가 마음을 끄는 "소월" 찻집에 들어갔어요.


정읍 쌍화차 거리 가겪은 이렇고요(다른 곳도 얼추 비슷하겠죠?)

 이렇게 돌 찻잔(그릇?)에 쌍화차 나왔는데요, 사이드 메뉴로 '구운 흰떡, 삶은 계란, 누룽지에 아몬드 편 고명을 띄운 요거트'가 곁들여 나왔습니다.


 한 김 나가는 동안 우선, 홍삼청에 구운 떡과 따끈한 삶은 계란을 먹었습니다(마침, 출출했거든요)


 여기서 <쌍화차 총평>
 맛은 쌉쌀하니(단맛 전무) 건강한 맛이라고 일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먹을 만하겠다는. 문제는 쌉쌀한 맛으로 끝이지 뒷맛(쌉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없었다는.
 감초나 갈근이나 대추를 더 넣어 끓였다면 달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감칠맛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
 테이블에 봉투 설탕이 비치된 것을 나중에 알고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영자께서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업장만의 컨셉일 수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계란 동동"을 대신한 삶은 계란(군 계란으로도 보이는데 수제다 보니 삶은 계란 쪽에 더 가까운)이 가장 아쉬웠다는.
 젊은 두 부부께서 운영하는 업장인데, 다소 협소하지만 깔끔하고 친절.

 내장산 바라보이는 식당에서 송 선생께 맛있는 저녁 대접받고, 막차로 귀가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한 마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생각하기를,
 "내가 오늘 담아가는 것은 노학자가 타관 객지에서 절명한 장소와의 대면이었는데, 식사 대접받은 이의 성씨도 같았네? 우연치고는 참 희한하다"라는 생각.

 

 2025011813시30분~13시30분
 정읍 쌍화차 거리 일원 여행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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