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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54

처참하고 참담함. 병원 다녀오는 길에 낮술-이라야 소주 한 병이었지만-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시인이라서 내게 용납되는 아름다운 일탈, 비 오는 날의 대낮 혼술. 시인의 가면 뒤에 숨은 루저 일지라도... 비록, sbs090607.tistory.com 마당의 모습이 처참하고 참담하다. 올봄, 자꾸 꾸여지는 마당을 손 보느라 보도블록을 걷어 낸 김에 돈과 시간을 들여 보식한 잔디. 잘 뿌리내리길 바라며 깎아주지도 않았다. 계획대로라면, 이 무렵-추석 벌초 다녀오며-깎아 줄 생각이었는데... '길 나는 거 봐. 불쌍하지도 않어?' "그럼 어디로 다녀요?" '발 딛는 곳마다 보도블록 박아놨잖아...' 우이독경이라는 거,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딱 세 번쯤 말했던 거 같다. 내 이 처참하고 참담함. 비단 죽어버린 잔디 때문.. 2022. 8. 24.
자유냐 방종이냐. 첫끼. 술밥을 먹고 도착한 커피숍. 부속 흡연구역에 앉았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 "MZ 세대"니, "2030"이니, "페미니즘"이니, 이번 선거처럼 가 심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이들이 정책 이슈로 들고 나올 정도이면, 이미 해결하거나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사회 전반에 인식되어 있음은 분명한데, 그 젊은 세대들이 주로 찾는 목 좋은 커피숍 흡연구역에 안내 문구. 이것조차 그들 세대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양식이 되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만, 그들이 조롱하는 5060 기득권 꼰대의 입장에서 맘이 씁쓸하다. 세상은 100 시대로 늘어난 지 오래인데, 자식 세대의 눈치를 보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로 향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호랑이 같.. 2022. 3. 1.
다 내 탓이오. ▶"황사에 초미세먼지까지 겹쳐서 온 날"이라는, ▶"가상화폐 투자에 주류를 이루는 탈출구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TV 뉴스에서의 호들갑. ▶▶서재 창문을 닫았다.-"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닫아야 하는 불행한 세상" ▶▶▶다시 서재 창문을 열었다.-"담배 연기가 미세 먼지이지 별건가! 담배를 끊지 않는 한 호들갑 떨 일 없다" ▶▶욜로(You Only Live Once)의 뜻을 곡해하고 "쓰죽자"를 외친 이들이 누구고, "워라밸"의 신조어를 만들어 낸 세대가 누구인지... ▶▶▶시대 상황은 그 구성원들의 바라보는 곳에 따라 정반합으로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것이니 어느 세대인들 만족한 시대가 있었을까? 성공하는 이. 실패하는 이. 어느 시대이건 상황은 모두가 똑같다. 세상을 .. 2021. 5. 8.
난 정말 몰랐었네 시부모 공양하며 일곱 자식 낳고 키워 가르쳐 출가시키고... 당신의 살아온 그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눈결에 지나가셨을까? 이제 와 생각하니 . . . 2021. 5. 6.
곡우 유감. 겨울을 옷 두 벌만으로 보냈다. 두 벌의 윗옷과 두 벌의 바지와 두 벌의 외투. 그 두 번째의 옷을 아직 벗지 않았는데,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에 닿았다. 바람이 드세던 오후. 천변을 걷다 눈에 띈 민들레 홑 씨. 주변 풀섶에 초록의 제빛이 오르기 전 서둘러 봄을 맞고 만개하더니, 오늘의 한 컷 / 풀섶에 핀 민들레와 벌_ⓒ詩人성봉수 [풀섶에 핀 민들레와 벌] ▶본 이미지는 광고를 열람하는 방문자님의 후원으로 저작권 없이 무료 배포합니다◀ 詩人 성봉수 아룀 sbs210115.tistory.com 떠나는 것도 이리 서두니 그 냉정이 가혹하다. 오늘의 한 컷 _민들레 홑씨 ⓒ 詩人 성봉수 [민들레 홑씨 / 2021 곡우] ▶본 이미지는 광고를 열람하는 방문자님의 후원으로 저작권 없이 무료 배포합니다◀ 詩人.. 2021. 4. 21.
별이 빛나는 밤에, 지금. 렌덤으로 틀어 놓은 음악에서 "시바의 여왕"이 흐른다. 갑자기, 그 밤을 지키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차인태, 박원웅, 고영수, 이종환, 김기덕, 이수만... 그리고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황인용. 그 시간 안에서 '연서를 쓰던 사람" "공부하던 사람" "혼술 하던 사람" "울던 사람, 웃던 사람" "그리워하던 사람"... 그 시간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누구의 기억 안에서 남겨져 있을까? 의미가 있건 없건 되건 말건, 그때의 지금을 살아 오늘의 지금에 닿은 것처럼, 오늘은 오늘의 지금에 충실하며 전부인 것으로 앞뒤 없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은. 2021. 4. 18.
세월이라는 숫돌. 술자리를 파하고 마주한 찻집. 세 명이 삼색의 주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요거트쉐이크. 어리바리한 남학생 팀장과 첫 출근이라는 여학생. 몇 안 되는 손님들이 목을 빼고 하염없이 나래비다. 내 몫, 에스프레소. 난쟁이 요강단지 두 개와 빈 컵 하나를 냈다. ㅋㅋㅋㅋ 황당함의 모난 마음도 귀여움의 둥근 아량으로 받아넘겨 웃게 만드는. 그게 세월이고 나이인듯싶다. 2021. 4. 7.
그때의 지금. 부활절을 하루 앞둔 토요일 행사. 김 시인님이 달걀을 삶아 오셨다. 지난겨울 낙상으로 다친 똥꼬뼈가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데, 그 정성이 고마워 기꺼이 한 알 챙겨와 마주 앉았는데... 문득 떠오른 생각. '성경을 모두 읽어 본 사람이 이 세상 사람 중에 몇%나 될까?' '베토벤 심포니 의 전 악장을 끝까지 들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무슨 요지경으로 사람 목소리가 흘러나오는지, 라디오를 분해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타 등등은 얼마나 될까?' 나이를 먹고 새삼스레 읊조리는 곰곰 생각하니, 내 지난날은 그때의 에 충실하며 살았던 듯싶다. 2021. 4. 7.
특A급 첫인상 불과 수초의 시간에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하는데, 그 판단의 요소로는 눈, 코, 입, 눈썹 등의 얼굴 생김새가 일차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이후 목소리나 말투 등이 보태진다고 한다. 그 외에 판단의 시금석 중 가장 큰 요소가 되는 것이 그 사람의 행색 즉, 옷차림이란다. 잡부 일당을 마치고 담배 사러 들린 편의점. 소매 끝이 헤진 빛바랜 추리닝 상의에 무릎 튀어나온 짝이 다른 추리닝 하의. 거기에 페인트로 얼룩진 장화를 더해 방금 탄광 막장에서 나온 듯이 때가 고질거리게 묻은 마스크. 판매원 청년의 말투가 격이 다른 하층민을 대하는 듯 입에 사탕 문 목소리를 낸다. 무례하다. 내 돈 내고 거지 취급받는 것 같아 불쾌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꼬집어 나무랄만한 실체적 행동을 한 것도 없으니. 대놓..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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