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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54

자각. 술 밥을 먹고 돌아와 의도한 것 없이 또 개처럼 쓰러져 생시와 꿈의 언저리를 오가다 일어섰다. 바깥채 변소에 다녀오며 찬물을 받아 발을 씻었다. 안채로 건너오며 딛는 걸음마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생경한 감각. 문득, 예전에 발표한 시가 떠올랐다. ★詩와 音樂★ 양말 / 성봉수 양말 / 성봉수 맨발로 딛는 서재 불기 없는 바닥에서 전해오는 섬뜩한 냉기, 단정한 자각. 언제부터인지 여지없는 내 몸 원래인 온기 내가 속고 나를 속이고 내가 속이고 있는 2019마지막날0232화 sbs150127.tistory.com 흔치 않게 에필로그를 남겼던 시. 지금 되돌아보아도 그럴만한 시다. '건조하고 친절하지 못하다' 그게 나고, 내 시라고 둘러대기엔, 귀 열고 맘 담아줄 세상이 아니라는 것. 너무 잘 안다. 찬 바닥을.. 2021. 2. 25.
난수표를 풀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지만, 설 대목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몇 달을 참았다. 잊고 있었다. 제삿날 기다리며 굶은 사흘 밤낮은 아니더라도, 당장 숨넘어가도록 간절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 로그인 창 아래에 뜬 광고창. 8,900원? 눈이 번쩍 뜨인다. '옳타커니, 기회는 찬스다!' 귀해서이겠지만, 잔칫집에 가면 어려서부터 제일 먼저 찾을 정도로 원래 굴을 좋아하는 나. 김장철 지나고 설 대목도 지나면 싸지겠거니... 눈으로만 먹어왔던 차다. 눈 감았다 뜨면 봄이 올 무렵이니 노로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전인 이쯤이 이쪽저쪽으로 셈해도 구매에 적기인듯싶어 문을 열었는데... sold out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쪽저쪽으로 셈해도 구매에 적기인듯싶고, 내년에 이맘때 뗏장 이불 덮고 있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 2021. 2. 24.
선택 떨어진 담배를 사기 위해 나선 집. 정적의 한가운데에 침묵하고 있는 거리. 폐부 깊숙이 다가서는 청량한 밤공기. 어쩌면 겨울이 오기 전의 늦가을 공기라는 것이 더 어울리듯 싶다. 담배를 사고 편의점 앞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잠시 머물며 떠오른 생각. '평생을 교차로와 이웃하고 살았구나'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물러설 선택밖에 없는 일직선의 도로 옆에 살았더라면, 내 젊은 날이 덜 우왕좌왕 갈팡질팡 했을까...' 2021. 2. 23.
리셋. 우수도 지났고 열흘 후면 경칩이니 겨울도 다 갔다. 시간의 흐름은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이렇게 담백하기만 한데, 정작, 그 안의 티끌만도 못한 부유물인 내 시간은 가당치도 않게 자꾸 휘돌기만 한다. 무엇일까? 내가 잡고 있는 것, 나를 잡고 있는 것, 지금이라는 닻. 11시 무렵에 자리에 누워, 등이 시려 12시 반 알람과 함께 눈을 뜨고 꼼지락거리다가 내처 잠들었다가 깨니 다섯 시다. 모처럼 6시간의 숙면. 아니, 12시 반 이후부터는 정말 꿀 같이 잤다. 체력적인 리셋의 주기가 점점 당겨지고 정도가 늘어난다. 일제 원형 파스 덕인지, 끌리던 다리도 정상으로 돌아온 듯싶고 이번 사이클엔 제대로 리셋된 듯하다. 배속에 그지가 들었는지, 왜 시도 때도 없이 배는 고픈지... 2021. 2. 22.
숨거나 피하거나. 무엇을 막아서려는지... 무엇을 외면하려는지...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이, 내게 닿으려는 빛을 가리우고 종일 커튼 안에 숨어지냈다. 도돌이 이거나, 리셋 이리라. 무엇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2021. 2. 20.
2월 첫날, 내게로 돌아와 앉아... 부스스 일어나 앉았는데, 밤새 울렸을 염불. 고난의 가지 끝에 매달려있는 내게 닿은 모든 연에 이르렀기를... 2월 첫날. 내게로 돌아와 잡은 첫 커피와 첫 담배. 2021. 2. 1.
멍때리다. 바람종도 숨죽인 날. 문을 열고... 멍하니 앉아 온몸으로 느끼는 알싸함. 무엇도 섞이지 않은 청량한 공기에 안기는 만족. 지금의 내 언저리에 파동치는 유일, 이선희의 "겨울 애상" 2021. 1. 30.
난 물주기 목도리를 칭칭 동여매고 장갑도 챙겨 끼고 벙거지를 눌러쓰고 자전거를 끌고... 모임에 참석하러 집을 나서는 길. 계절이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포근합니다. 그러고 보니 겨울의 마지막 절기 대한이 지난 지도 며칠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지난가을 들여놓고 무심했던 화분들에 새삼 눈이 갑니다. '물 좀 줘야지...' 이제나저제나 차일피일 게으름을 피우다 겨울이 다 가게 생겼습니다. 난, 고무나무... 동반자를 잘 만났더라면 아낌 받았을 친구들인데 미안합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바람종이 봄을 부르는 부지런한 화음에 끌려, 모처럼 덧창을 엽니다. 2021. 1. 24.
체온과 건강, 늙으면 꾀만 는다. 체온을 올리면 면역력에 관여하는 림프구의 숫자도 늘어나고,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증가한단다. 그렇게 적정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된다. 특히, 암세포 생성의 예로 발표한 결과는 대중의 관심을 끌게 하는데...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체온과 혈액순환은 정비례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며 몸으로 체험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며 툭하면 드는 담. 잠자리에서 일어나다, 세수하다, 재채기하다... "어"하면 담이 들곤 하는데 한번 든 담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 19로 대면접촉이 꺼려져 대중목욕탕을 다녀온 것이 언제인지 모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담이라도 들게..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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