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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난수표를 풀다.

by 성봉수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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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지만, 설 대목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몇 달을 참았다. 잊고 있었다.
 제삿날 기다리며 굶은 사흘 밤낮은 아니더라도, 당장 숨넘어가도록 간절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

 로그인 창 아래에 뜬 광고창.


 8,900원?
 눈이 번쩍 뜨인다.
 '옳타커니, 기회는 찬스다!'

 귀해서이겠지만, 잔칫집에 가면 어려서부터 제일 먼저 찾을 정도로 원래 굴을 좋아하는 나.
 김장철 지나고 설 대목도 지나면 싸지겠거니... 눈으로만 먹어왔던 차다.
 눈 감았다 뜨면 봄이 올 무렵이니 노로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전인 이쯤이 이쪽저쪽으로 셈해도 구매에 적기인듯싶어 문을 열었는데...

 sold out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쪽저쪽으로 셈해도 구매에 적기인듯싶고, 내년에 이맘때 뗏장 이불 덮고 있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내친김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가격하락 폭이 예상보다 변동 없다.

 다른 사이트로 들어가 상품성과 가격의 절충점에서 선택하는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비회원으로 구매해도 될 일이지만, (며칠 전 오랜만에 노트북 여는데 비밀번호가 안 떠올라 버벅거린 것이 오버랩되며)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내게 연결된 모든 경우의 수를 조합해 밤새 난수표를 풀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느낌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얼마나 꼴꼴 난 굴이 올지 기대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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