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리모델링을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임시 둥지 트신 최 선생님 포스팅에서 마주한 "차 시동"
인근 아파트 사이의 이면도로에 주차해 놓은 24년(솔직히 지금은 그마저도 헷갈린다) 된 내 차.
그렇지 않아도 지난 폭설 이후 내 차만 눈 두성이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오던 차다.
라이트를 켜 놓고 주차해서(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청 볼일 보러 갈 때만 그랬다) 방전된 것이 몇 차례이다 보니, 겨울철에는 주기적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것이 일상이다.
마침, 그제 맛 있는 커피를 먹은 기억이 겹치며 그곳까지 다녀오면 시간상 모든 조건이 충족될 것 같아 옷을 챙겨 입는다.
'애이...'
바지를 입었다가 도로 벗어버렸다.
시간이 조금 어중되다.
그냥 입던 옷을 도로 입고 벙거지와 마스크만 챙겨 쓰고 길 건너 편의점에 들러 담배와 커피 한 병을 들고 주차해 둔 곳으로 향했다.
시동을 걸고 앉았는데, 커피를 넣어둔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미적찌근하다.
정말 맛없다.
한 모금 넘기고 그냥 옆자리에 던져두었다.(집에 가서 데워 먹어야겠네...)
어둠이 내리는 것이 금방이다.
하늘은 창창한데, 불을 켜는 아파트가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혹시, 단락 된 전구는 없는지...
차에 오른 김에 브레이크 등도 밟아 보고, 비상등도 켜 보고.
히터를 틀어 놓고 그렇게 앉아 있는 잠깐 사이에 어둠이 내렸다.
호랭이 눈 뒷등을 달고 태어난 아반떼 1세대 모델.
우리 집 아이들에게 "똥차"라고 불리는 내 분신.
이제는 철판이 삭아 내리고 전원 컨트롤러도 고장 나 실내등도 안 들어온다.
24년 운행한 거리가 71,732KM.
딱,
지나온 내 노력, 영향력, 내 관계, 내 위치...
내가 어찌 살아왔는지를 반추하는 대표적 지표라는 생각이 씁쓸하게 한다.
-남화용의 '홀로 가는 길'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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