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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재 건축 유감. "교동 아파트"

by 성봉수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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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진 라면과 담배 사러 집을 나섰는데,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기막히도록 달콤하다. 은혜롭다.
 그러하여, 길 건너 편의점을 두고도 먼 길을 한 바퀴 돌게 한다.

 편의점에 들러 돌아 나오는데,
 요 며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던 치킨 비어홀에 새 간판이 붙어 있다.
 <가정식 백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치킨 배달에 후줄근한 점퍼가 전부였던 사장.
 빨간색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고개를 맞대고 창을 두드리는 내게, 베트남 부인이 앞서 인사를 건넨다.

 

 지금은 쇠락한 구도심이 되어버린 "교동"
 방초 푸르른  멸사(滅寺) 입구를 지키고 있는 허물어진 돌탑 같았던 "교동아파트"

 
 공사를 처음 시작했던 것이 2007년이니 얼추 15년은 흘렀나 보다.
 시공 주체가 몇 차례 바뀌며 공사를 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는데, 그마저도 완전히 멈춘 것이  2012년 9월.
 부푼 꿈을 품고 은행 대출금으로 재건축 조합에 참여했던 원주민들은, 15년의 세월에 더 커진 배꼽으로 은행 이자만 갚다 대부분이 만세를 불렀다.

맞은편, 아버님께서 해바라기밭 가꾸셨던 곳도 &lt;산학 스타트업 지원센터&gt; 공사가 시작되었고&hellip;.


 늘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번갈아 붙어 있었고, 어느 해인가는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타워크레인 시위로 매스컴에서도 보도될 정도였지만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선거의 여야 할 것 없는 후보들에게조차, 이 아파트에 대한 거론은 금기어였다.


 그런 대책 없는 아파트가,
 시 건축위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 완화 등의 특례를 적용하여 지하 2층~지상 29층, 65㎡ 154세대, 59㎡ 102세대를 분양하기 위해 2023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기존의 건축물 철거에 들어갔다.

교동아파트 조감도


 공사가 재개되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며 치킨집을 어렵게 유지하던 사장님.
 노동력 대비 수익성 측면으로 따졌을 때, 장사의 맨 아래가 식당이고 맨 위가 술집인데, 돈이나 떼이지 말고 물들어 왔을 때 그간 고생을 상쇄할 만큼의 만선을 이뤄내면 좋겠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전공인 한식 조리를 준비하며 모처럼 눈이 반짝거리는 사장님.
 엄지를 치켜주며 뒤돌아서는데...




줄지어 있던 포장마차 상가는 진작에 모두 사라졌고,
가까운 곳에 있는 단골 술집 하나 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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