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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고, 전활 받으시니 다행이네요. 전 또 어디 병원 입원이라도 하고 계신 줄 알았어요!"
전화기 너머 들려온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
어제저녁 전화를 놓쳤더니 아침나절 다시 걸어왔다.
"김oo라고, 형님하고도 술 몇 번 같이해서 아실걸요? 오늘이 출상예요"
내겐 이름만 기억나는 누군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모양인데, 아이들은 어리고 고인의 누이는 치매기가 있어, 본인의 업장도 비워둔 채 사흘째 상주 노릇을 대신하고 있단다.
"이 업종 사람들은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어요. 전화 안 받으셔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형님이나 저나 같이 늙어가는 마당인데, 건강 챙겨야 해요. 다음에 만나면 이젠 술 말고 식사나 같이해요"
30대 초반에 연을 맺고 서로가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가 되었으니 시간 참 많이 흘렀다.
셰프였던 그의 업장에 설거지 보조로 취업하며 처음 만나, 인생 선후배로 신뢰를 쌓아가며 이어온 관계.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내게 꼭 들려 술이라도 한잔하며 안부를 건네곤 했는데, 얼굴을 못 본 것이 4년쯤 되었나 보다. 내가 그쪽 업종에서 손을 뗀 지가 10년도 더 되었으니, 그때 맺었던 인맥들이 거의 끊김 셈인데 그래도 종종 안부를 물어오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
그 좋아하던 '술' 대신 '밥'을 앞에 놓을 정도로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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