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상

은수저와 청실홍실

by 성봉수 2021. 1. 19.
728x90

 

 아내가 결혼 혼수로 장만해 온 수저.

 올해로 결혼 30주년이니 그 세월 동안 밥상에 함께했는데...

 

 세월이 이리되다 보니 젓가락에 법랑이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직업 탓인지 "의미의 기억"에 대해 남다른 나지만 눈에 거슬린 것도 오래인데,

 어제저녁 밥상에 마주하고는 자존감이 떨어지며 심사가 확 뒤틀린다. 

 어머님 유품인 부부 은수저 한 벌.

 이제나 저제나 아내가 꺼내 놓기를 기다렸지만, 본인 수저도 없이 사는 행색이니 맘 길이 나지 않는 것도 이해된다.

 

 

 어머님은 언제 누구에게 받아 반닫이 안에 모셔 두셨을까?

 홍 상감이 들어간 아내 몫의 수저는 내버려 두고 내가 사용할 것만 꺼내 앉았다.

 문갑 안에 당신 남편이 쓰시던 은수저 한 벌을 곱게 싸서 보관해 두신 어머님.

 정작, 내가 그리할 어머님 수저는 없다.


 무릎을 베고 누운 어린 내게 들려오던 어머님의 콧노래 "청실홍실".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남겨져 검게 변색된 아버님의 은수저를 생각한다.

728x90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강의 일출  (0) 2021.01.24
북어 미역국  (0) 2021.01.23
황태 수거  (0) 2021.01.20
핸드폰 유감 (갤럭시 노트 4)  (0) 2021.01.17
조랭이 떡볶이  (0) 2021.01.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