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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 혼수로 장만해 온 수저.
올해로 결혼 30주년이니 그 세월 동안 밥상에 함께했는데...
세월이 이리되다 보니 젓가락에 법랑이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직업 탓인지 "의미의 기억"에 대해 남다른 나지만 눈에 거슬린 것도 오래인데,
어제저녁 밥상에 마주하고는 자존감이 떨어지며 심사가 확 뒤틀린다.
어머님 유품인 부부 은수저 한 벌.
이제나 저제나 아내가 꺼내 놓기를 기다렸지만, 본인 수저도 없이 사는 행색이니 맘 길이 나지 않는 것도 이해된다.
어머님은 언제 누구에게 받아 반닫이 안에 모셔 두셨을까?
홍 상감이 들어간 아내 몫의 수저는 내버려 두고 내가 사용할 것만 꺼내 앉았다.
문갑 안에 당신 남편이 쓰시던 은수저 한 벌을 곱게 싸서 보관해 두신 어머님.
정작, 내가 그리할 어머님 수저는 없다.
무릎을 베고 누운 어린 내게 들려오던 어머님의 콧노래 "청실홍실".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남겨져 검게 변색된 아버님의 은수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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