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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기억의 족자를 펼치다.

by 성봉수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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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아점.
 냉장고를 열고 기웃거리다가 '꺼내고, 닫고, 귀찮네...'

 시금치 위에 김칫국에서 건더기 한술을 건져 보태고 고추장 대신 곰삭은 굴젓으로 밥을 비비는데...

 돌돌 말려 내 맘 어디쯤 숨겨져 있던 기억의 족자 하나가 펼쳐진다.

 "멍게 비빔밥"
 "둔덕 평야의 청보리밭"
 "앞선 시인과의 행복했던 조우"
 그리고...
 그 밤 바닷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아무것도 건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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