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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책을 쌓고.

by 성봉수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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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다른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촌각을 다툴 일은 아니고, 설령 없다 해도 생각을 기웃거리면 없던 일 만드는 것도 대수는 아니었지만.

 독서대 갖춰 밀린 숙제 하듯 작정하고 책을 잡고 보낸 하루.
 모처럼 콩 갈아 진한 커피 내려 좌정하고 아침부터 매달렸어도, 쌓아 놓은 마지막 한 권은 책장을 덮지 못하고 하루가 다 갔다.


 대설.
 혹시 오시고 계시는가?
 몇 차례 마당으로 내려섰지만 끝내 오시지 않았다.
 작정하고 책을 쌓아 놓고 서재에 틀어박힌 날,
 밖에 눈이 오시고 계셨다면 멋진 일이었겠는데...
 "그해 대설, 오래된 집 마당에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동안, 나는 현실의 유형지 서재에 틀어박혀 일기장 같은 시집들을 넘기며 미안해했는데. 정작 누구에게 미안했던 건지, 내게 따져 묻지 않았노라"라고.


 
 202312072829목대설
 가을 되며 우르르 밀려든 청탁 글 보내느라, 봄바람에 검불 불붙듯 호르륵 소진한 멘탈. 그 덕에 늦게 도착한 몇 군데는 그냥 모르쇠 넘겨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우려먹기라도 할 걸 그랬다.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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