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 지난 것이 벌써이니 더위가 이상하지 않은 날.
보는 것만으로도 안구 정화가 되는,
품 팔러 가는 트럭 차창 밖의 신록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잡부에서 돌아와 대문을 밀치니, 삼월이가 어쩐 일로 골목 입구까지 쪼르르 마중 나옵니다.
'옳거니, 기다리는 누가 있는 게로구나!'
그 기다리던 이가 아닌 것에 실망했는지 이내 우리로 들어가 한숨을 내 쉽니다.
'삼월아! 야, 삼월아! 날 좋은데 왜 굴속으로 겨 들어가! 어여 나와 일광욕 햐 이 ㄴ아!'
듣는 둥 마는 둥,
꼼짝하지 않고 흘겨 뜨고 바라보는 모습이 어찌나 꼴같잖은지 폰을 꺼내 촬영하니 그제야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억울한 눈으로 째려봅니다.
'하...'
바보는 바보인 줄 모르고 그냥 바보로 사는 게 행복한 건데...
예전, 신랑 돌쇠 살아서는 일요일 마다 목줄 풀어놓으면 마당 끝에서 끝으로 쥐약 먹고 날뛰듯 정신없이 펄쩍거렸어도 대문 밖으로 한 발짝도 떼지 못했는데.
그런 삼순이를 왜 밖으로 끌고 돌아다녀서 생병을 앓도록 이 꼴을 만들어 놨는지 원...
몸종이 나타나야 꼬리 도도하게 치켜올리고 씰룩거리니,
삼월이는 몸종에게 분리불안.
지 엄마가 퇴근해야 제비 새끼 주딩이 벌리고 짹짹거리듯 하니,
몸종은 지 엄마와 분리불안.
짐승이 사람 흉내를 내니, 옛날이나 같아야 개장수한테 끌고 가라고 하지.
이 화상을 어찌해야 하는지...
202305112516목
시간 반 자고 잡부 나갔다 와서 여태 이러고 있네... 쩝.
종아리는 화끈거리고 귀에서는 방아 찧고.
어여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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