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이 주 일정이었던 다낭 여행 마지막 날.
우천으로 한강 유람선 불쇼가 취소되었으니, 야간에 출발하는 귀국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들린 '라이브 재즈 바' <The 1920's Lounge>
여기까지는 좋았다.
탑승 수속 시간에 맞춘 시간도, 여행을 마무리하는 퀄리티도 딱 맞게 때웠고,
덕분에 구름 속에 있던 마음을 다잡으며 잘 돌아왔다.
아침을 겸한 술 한잔을 마지막으로 서울로 귀경하는 친구와 헤어져 도착한 집.
의기양양하게 케리어를 열고 선물 보따리를 푼다.
"푸하하하~!"
집사람이 웃는다.
짝퉁 명품 숍에서 사 온 백의 아가리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며 박장대소한다.
정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고, 그 명품이 얼마나 사랑받고 가치 있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으나,
거금 20만 원이 넘게 주고 사 온 선물을 보고 실소한다.
실소하며 그런다,
"잘됐슈. 시장 나갈 때 들면 딱 좋겠네"
꿍, 하는 김 빠진 마음을 삭이며 뒷방으로 건너와 담배를 물고, 짝퉁 숍에서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친구들에게 해주던 말을 떠올렸다.
"짝퉁은 사다 주고 욕 안 먹으면 다행인 겨. 짝퉁이라고 아예 말을 말든지. 여자는 그런 겨. 괜히 어정쩡하게 사다 주고 욕먹지 말고 사 가지 마!"
망설이다가 부인에게 확인 전화를 했던 친구도 단호한 거부의 답을 들었고, 친구 누구도 짝퉁 구리반지 하나 사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왜 나는 짝퉁 가방이 아니라, 20만 원짜리 선물에 내 판단의 몫을 결정하고 보편의 여자를 지웠을까? 아들, 딸들이 보태 준 여행경비로 "나는 모르쇠!" 여사의 선물을 사 와 이런 조롱을 받을까?
한 시장에서 만 원짜리 짝퉁 크록스를 하나 샀는데, "이런 거 하나는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세상여!"라는 친구 말에, 5만 원짜리 짝퉁 명함 지갑 하나를 또 내게 챙기며 미안해했을까? 이럴 바엔, 밑창 떨어진 신발 벗어던지고, 짝퉁 나이키라도 바꿔 신고 오지 못했을까?
혹시나는 역시나니,
내 안에서 익는 것은 오롯이 내 안의 것이고...
말을 말자.
다시는 없을 일을 두고./
202311292527수
자자...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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