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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교촌 블랙시크릿]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치킨

by 성봉수 202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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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축구 연맹(AFC)이 4년마다 주관, 개최하는 국가 대항 축구 대회인 2023년 아시안컵이 올해는 2024년. 01. 12일부터 2월 12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대회 원년(1956. 홍콩)과 2회(1960. 대한민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우리나라는 그 후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하계 올림픽과 UEFA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가 같은 해에 열렸기 때문에 아시안컵에 대한 위상이 저평가되어 있어 그 수준에 맞는 선수단 참가의 원인도 있었고요, 개최 주기를 변경한 2007년부터는 토너먼트의 중요한 길목마다 중동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토트넘의 손흥민, 울버햄튼의 황희찬,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미트윌란의 조규성, 마인츠 05의 이재성,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황인범 등 역대 최고의 선수단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64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평가전이 6일(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있었습니다.
 TV 조선에서 오후 아홉 시 오십 분 예정되어 있는 실황중계.
 남는 것은 시간밖에 없는 독거노인이 모처럼 세상에 합류하는 달콤한 기회입니다.

 오후 다섯 시가 지나 교촌 치킨에 9시 30분에 맞춰 치킨 배달을 예약 주문해 놓고, 그동안 마트 가서 '참이슬 오리지널' 빨간 뚜껑 4홉 소주와 카스 캔 맥주 큰 것 한 병과 떨어진 식모커피와 담배를 사서 경기가 시작 될 때까지 배고픔을 참고 쫄쫄 굶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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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한 교촌 '블랙시크릿 콤보'가 10분 일찍 도착했고요(나중에 곰곰 생각해 보니, 앱으로 주문한 것도 아니고 일반 전화로 매장에 직접 주문했는데 배달료 3,000원은 왜 받는 겨? 미리 안내받지도 않았고. 여태 그랬네?) 경기 중계 시작과 함께 상 차려 앉아 먹기 시작했는데요...

 "이게 뭐랴?"
 다리 하나를 입에 물자마자 나온 구시렁.
 검증된 간장소스의 "교촌 치킨 날개"를 시키려다가, 내가 혼술하러 치킨 주문하는 것이 한 해에 많아야 서너 번이니 교촌 홈 메인 화면에 걸린 대표 상품 "블랙시크릿" 콤보로 선택했습니다.
 "오향에 흑임자에 어쩌구 쓰여 있는 제품 설명"
 맛은 둘째치고, 짜장 소스를 발라 놓은 것도 아니고 개 끄실러 놓은 것처럼 시커먼 색에서 식욕의 기대가 반감했고요, 입에 대자마자 풍기는 고수 냄새! 요즘은 동남아 음식 접할 기회가 많아지며 대중에게 호불호 향신료로 많이 알려진 고수. 중식(中食)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에게는 향사이(香荽)이로 불리던 고수. 그 냄새가 훅, 풍기는 겁니다. 둔한 사람은 잘 몰랐겠고 저 역시 고수를 싫어하지 않으니 못 먹을 음식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 정체불명의 음식을 메인 메뉴로 홈 화면에 올려놓은 행위에 대한 반감이었습니다.
 회사 개발팀에서야 "신메뉴 개발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클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이런 정체성 없는 음식을 마주하면 저는 늘 이렇게 얘기합니다.

"먹는 음식으로 장난하지 말자!"

 제가 알고 있는 중식의 오향(따료, 계피, 정향..)의 맛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교촌 홈 화면에 노출한 메인 메뉴라면 그 음식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맛본 "블랙시크릿"은 먹는 음식 가지고 장난한 경우입니다.
 기존에 만들었던 간장 소스에 양념 소스 섞고 거기에 고수 추출물을 보태 놓은 잡탕.
 그 어정쩡한 맛을 합쳐 놓으려니 설탕이나 물엿을 과다하게 넣고 버무려 생목이 올라오도록 징그럽게 달고.

 '간장치킨(교촌)도 아니고 양념치킨(레드)도 아니고 닭강정(허니)도 아니고'

 세상에서 이 맛도 아니고 저 맛도 아닌 이렇게 맛없는 치킨은 처음 먹어봤습니다.

 제발,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지 맙시다.

※검색하니 '맛있게 잡수셨다'는 분도 계시던데, "세상에서 제일 맛 없는 치킨"이라는 평가는 물론 제 기호에 따른 기술이니 판단은 잡수시는 분 각자의 몫으로 ㅋㅋㅋ※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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