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 / 이승희
0 이승희-슬퍼하지 마 행여 일기예보가 틀리려나, 간 볼 것도 없이 벌초 계획이 틀어진 날. 친구의 술밥 청을 받고 나가, 간만에 곱창에 껍띠기에 말아 먹고 그냥 먹고. 자리 옮겨 파전에 또 먹고 우산 질질 끌며 돌아온 밤. 커피 타 들어 온 서재에서 음악 이빠이 틀어 놓고, 미르크카라멜 한 갑을 다 조지며 앉았다가, 그러다가 혹시 일요일에는 날이 갤까? 서둘러 픽, 쓰러져 잠들었는데. "낙뢰 예보"에, 마르지 않았을 풀에 어쩔 수 없이 또 미뤄진 벌초. 음악 이빠이 틀어 놓고, 미르크카라멜 한 갑을 다 조지며 앉아 뭔가를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왜, 이 방에 이 음악을 걸어 놓고 잠들었던 걸까? 취기의 그때, 누가 내게 왔었는지... 알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저, 귀가 간지러웠겠거니..
2023.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