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든 새로 네 시 반까지는 멀쩡했는데...
김수미 아줌니 걸진 욕 알람에 눈을 뜨고 잠시 뭉그적거리다가 잡부 나갈 준비 하느라 마당 건너 샘으로 향하는 문을 여니 비가 내리고 있다.
비누 거품을 문댄 얼굴을 거울 앞에 마주하고 면도를 막 시작했을 때,
'아차!'
하...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를 깜빡했다.
속 옷에 양말에 청바지에 수건에...
추운 날 준비하느라 수면 내의까지 빨아 널었는데 조졌다.
수면 내의는 물먹으니 어찌 무겁던지 담요 빠는 거랑 다르지 않았는데, 낑낑거려 손빨래하느라 땀깨나 쏟았다. 대충 말랐을 때 그냥 걷고 말 것을 아침 햇볕에 꾸덕하게 더 말리려다가 사달 났다.
왜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았을까?
비도 징그럽게 오더니, 근래 잠깐 뻐끔했다고 비 생각을 전혀 안 했으니 사람 참 간사하다.
후다닥 뛰어 올라가 현관 앞 처마 아래로 옮겨 걸었다.
다시 빨아 널기는 손해 보는 느낌이고, 그냥 대충 말려 입을 참이다.
그나저나,
이번 주말 벌초 갈 계획이었는데, 이때도 비 예보가 있으니 난감하다. 별수 없이 일주일 연기하면 추석이 목전인데,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다.
점심 먹으며 확인했던 아침에 보내온 시협 <긴급 공지> 알림.
역사도 오래고 출간도 많은 충청권에서는 손가락에 꼽는 출판사. 한두 번이 아닐 텐데 뭔 편집을 행 구분 없이 이따우로 해놨다. 다른 이들 같으면야 뭐가 잘 못 된지도 따질 바 없이 오탈자 없으면 그냥 넘겼을 문제겠지만. 낱말 하나, 부호 하나 선택하느라 탈고 못하고 쑤셔 박혀 둔 시들을 생각하면 어디 그런가? 하물며 연 구분이야... 참, 편집 기본에 기본도 못 지키고 그냥 원본 쭈욱 긁어 붙이기만 하면 다 편집인건지... 편집 파일 공유 안 했으면, 두고두고 귀에 딱지 않도록 욕먹었을 일이다.
잡부에서 돌아와-삼월이년은 여전히 내가 들고 나건,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에 처박혀 미동도 없으시고... -폰에서 파일 내려받아 급하게 교정 봐서 보내 놓고, 씻고, 건너채 안방에 사망 날짜 받아 놓은 전등 스위치 교체하고.
여전히 쏟아지는 비.
이 비를 피해 어디 숨어든 귀또리 울음, 더 처량하다.
[淑夫人 金海 金氏 ]고조할머님.
포에 장물이 전부인 젯밥에 노여워하시지는 않았는지....
그저, 늙은 고조손이 갓 지어 올린 이밥의 정성은 알아주셨거니.
내일은 잡부 다녀와서 어쨌건 예초기 꺼내 놓아야 하고...
202309132651수
비 참 많이 오신다.
보일러 전원 교체용 동선, 바깥채 안방 전등 스위치 교체. 시협회지 교정. 고조모님 기일.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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